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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년 반 동안 다녔던 회사에 퇴사 통보를 했다.

 

대학 졸업 전에 세일즈팀으로 들어오게 된 첫 회사였고, 정말 모든 열정을 다해서 일했던 곳이었다.

 

다들 알아주는 외국계 대기업이었던 터라, 연봉도 만족했고, 연봉 외에 매달 받는 (수입으로 잡히지 않는) 추가적인 돈과 빵빵한 복지까지.. 매우 만족하면서 다니고 있었다.

 

회사는 오랫동안 하락기를 거쳐본 적 없었고, 매년 성장세를 보이던, 소위 말해 market leader 였다.

특히 회사의 비즈니스는 국가의 특정 정책에 따라 좌지우지되는 비즈니스였고, 오래전부터 지금까지 꾸준한 상승세의 정책에 따라 회사의 매출도 상승세를 보였다. 

아무것도 안해도 매출이 올랐기 때문에, 회사에서 해보고 싶은 것들을 마음껏 펼치며 일할 수 있었다.

 

그러나, 올해 급격한 정책의 변화로 매출은 급감했다.

 

회사는 처음 겪어본 매출 급감의 위기에 대응할 줄을 몰랐다.

위기가 찾아왔을 때, 리더십의 역할이 가장 중요하지 않은가.

그렇지만 우리 회사의 리더십은 굉장히 무능했다.

 

위기 극복 방법을 고안하고 실행하기는 커녕, 말단 직원들에게 온갖 책임을 전가시키고 회피하더라.

본인들의 포지션을 지키기에만 급급한 모습에 크게 실망스러웠다.

 

리더십에서 내놓은 방안이라곤 고작 '가격 할인' 이었다.

마케팅팀에선 이에 따라, 가격 할인 프로모션을 수십가지를 만들었다.

그러나 시장에서 먹히지 않았다.

 

가격 할인을 하면 뭐해? 고객이 돈이 아예 없어서 구매 자체를 할 수가 없는 상황인데.

돈이 없어서 작년에 구매했던 것들에 대해서도 결제를 못하고 있는 상황인데.

 

 

결국, 이런 상황에서 결국 회사는 세일즈팀을 미친듯이 몰아붙였다.

 

리더십이 세일즈에게 전하는 메세지는 다음과 같았다.

"너네 고객사는 너네가 가장 잘 아니까, 너네 고객사에 대한 맞춤 전략을 너네가 직접 짜고 실행해. 전략이 안먹히면 다른 전략으로 빠르게 바꿔서 실행해. 가격 할인이 필요하면 모두 승인할게."

 

고객이 돈이 없어서 구매 자체를 할 수 없는 상황에서, 회사는 어떠한 가이드 없이 세일즈팀에게 모든 책임을 전가했다.

 

...

 

적어도 이러한 위기 상황에서, 가이드를 주는 것이 상식적이지 않을까?

적어도 리더십에서 전략을 몇 가지 정하고, 윗 단에서 이 전략을 직접 실행해보고, 이 전략이 실제로 working 하는 것을 확인했으면, 이 전략대로 하라고 우리에게 가이드라도 줘야 하지 않을까?

 

정말 놀랍게도, 리더십은 미팅룸에 앉아 세일즈 데이터만 바라보면서 "왜 이것밖에 못했어? 더 팔아와" 라고 말할 뿐이었다.

 

세일즈팀에게 알아서 전략을 짜고 실행하라고 하고, 매일 9시부터 6시까지의 일정을 보고하게 하고, 하루 동안 매출을 얼마나 만들었는지 확인하고, 매출이 잘 안나오면 방법이 잘못됐다고 혼낼 뿐이었다.

 

 

결국 우리 팀 매니저는 대표의 지령에 각각의 팀원들과 함께 고객사를 동반 방문했다.

함께 고객사를 방문한다면, 적어도 매출 상승을 위해 함께 노력하고, 한 곳이라도 더 프로모션을 전달해야 할 판국에,

매니저는 뒤에서 가만히 바라보며 우리가 어떻게 영업을 하는지 감시할 뿐이었다.

 

고객 미팅을 끝내고 나온 이후, 매니저가 하는 말.

"현재 상황은 어떻대? 이건 물어봤어? 경쟁사 제품은 뭐 쓰고 있대? 사진은 찍었어? 왜 안찍었어? 그래서 너가 잘못된거야. 그러니까 매출이 안나오지." 

 

...

 

이게 과연 매니저가 할 말인가?

 

이 말만 계속 듣고 있으니 너무 답답해서 매니저에게 말했다.

"제가 잘 못하고 있는 것 같으니, 매니저님께서 직접 보여주시면 그 방법을 배우고 따라하겠습니다."

 

매니저는 내가 지금껏 뚫지 못한 고객에 듣더니 혼내면서, 당신이 직접 미팅을 진행하겠으니 보고 배우라고 했다.

매니저의 고객 미팅을 옆에서 바라보는데, 나의 방법과 다를 바 없었고, 결국 나의 결과와 같았다. 결국 거래를 성사하지 못한 것.

 

매니저는 나에게 말했다.

"오늘은 안됐지만, 여긴 너가 어떻게든 관리하면서 거래를 성사시켜야 해. 계속 접근해."

 

...

 

너무 실망스러웠다.

이 외에도 정말 많은 일들이 있었는데, 그 동안의 매니저의 전적을 대략적으로 작성해보면 아래와 같다.

  • 가스라이팅 시전 (우리가 일을 잘 못한다며 업무 시작 전과 끝에 감시하기)
  • 감정 쏟아내기 (하라는 것 잘 해온 팀원에게 미팅 중 갑자기 소리를 지르며 화를 냄.. 시니어 분께서 말려서 겨우 상황 종료)
  • Sales forecast 를 우리가 낸 숫자로 내면 글로벌에서 받아주지 않는다며, forecast 숫자 임의로 높은 숫자로 변경. (그리고 forecast 와 실제 세일즈가 맞지 않는다며 혼내기)
  • 꼬투리 잡기 (하라는 것을 해왔음에도 부족하다고 혼내고, 그 부족한 점을 해와도 혼내고, 매번 꼬투리를 잡으며 혼내기)
  • 답정너 (잘한 것은 들으려 하지 않고, 못한 것만 끄집어내어 혼낸 후, "죄송합니다 더 열심히 하겠습니다" 라는 말만 계속 하게 함)

 

이 것 말고도 정말 많은데, 이것만 봐도 정말 최악이다..

 

.

.

.

 

"매출이 나오지 않는 것은 결국 세일즈팀에서 잘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라는 식의 리더십의 메세지.

본인들의 리더십 포지션을 지키기에만 급급한 모습.

매출이 떨어지니 head count 를 줄여야 하는 건가? 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주니어만 골라 괴롭히는 매니저.

(결국 나와 다른 주니어 분은 7월 말에 퇴사한다)

 

중소기업도 아니고, 이게 진정 이렇게 큰 회사가 할 짓인가?

 

심리상담가 분도, 시니어 분들도, 이 상황을 아는 분들이 다들 입모아 하시는 말씀이 이건 직장내 괴롭힘으로 노동부에 신고해야 할 감이라고 말씀하신다.

(그러나 매니저는 정말 영악하고 똑똑해서 증거를 남기지 않았다. 전화나 문자 메일 등은 전혀 사용하지 않고 대면으로 1:1로 있을 때 구두로만 괴롭혔다.)

 

 

회사에 실망했고, 나는 더 이상 이 회사를 위해 일을 하고 싶지 않았다.

 

회사도 난생 처음 겪어보는 위기라서 대처 방법을 모른다고 하더라도, 이건 아니다.

나는 나름 회사 모든 분들께서 입모아 이야기해주시는 "일잘러"인데, 이런 취급을 받으며 회사를 다니고 싶지 않았다.

 

 

너무 지쳐버렸고, 스트레스로 인해 정신적으로도 신체적으로도 건강이 안좋아졌다.

부모님도 남자친구도 이런 나를 보며 빨리 회사를 나오라고 매번 말했고, 결국 나는 이직 없이 생퇴사로 결정했다.

 

 

돈과 좋은 복지, 그리고 정말 너무 좋았던 사람들을 생각하면, 이런 회사가 또 있을까 싶다. (혹은 이런 회사를 다시 들어갈 수 있으려나?)

 

그렇지만 바로 이직 준비를 하기 보다는 좀 쉬어가는 단계로 가려고 한다.

 

그 동안 지친 마음도 회복하고, 하고 싶었던 것들도 모두 다 해보고, 길게 여행도 가고, 작은 사업이지만 열심히 키워봐야지.

블로그도 열심히 쓰고, 퍼스널 브랜딩도 하면서, 오래 전부터 꿈꾸던 디지털 노마드를 목표로 열심히 뭐든 해봐야지.

 

7월 말에 퇴사라서, 어서 빨리 퇴사하고 나의 새로운 인생을 시작하고 싶다.

 

 

주니어의 생퇴사 일기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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